생활지식

멕시코 ‘알레브리헤’ 조각 장인 – 전통 민속 동물 조형에 깃든 상상의 혼

samyul 2025. 4.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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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에서 태어난 전통 예술, 알레브리헤

형형색색의 괴상하고 기묘한 동물 형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것은 바로 멕시코 전통 민속 조형 예술인 **‘알레브리헤(Alebrije)’**이다. 알레브리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들을 상상력으로 빚어낸 조형물로, 뱀의 꼬리를 가진 호랑이, 날개 달린 개처럼 환상적인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조형물은 1930년대 멕시코의 예술가 **페드로 리나레스(Pedro Linares)**가 병상에서 꾼 환상적인 꿈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 만들었다. 이후 알레브리헤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민속 예술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수많은 장인들이 전통을 계승하며 자신의 상상력을 조형물에 담아내고 있다.

2. 손끝에서 살아나는 상상의 생물

알레브리헤 조각은 단순한 나무 조각이 아니다. 제작 과정은 대단히 섬세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장인들은 주로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Oaxaca) 지역에서 자라는 ‘코파알(Copal)’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다. 이 나무는 부드럽고 가볍지만 조각하기에 적합한 탄성을 지닌다. 나무를 손으로 깎아 기본 형태를 만들고, 마른 뒤에는 하나하나 손으로 색을 입힌다. 색칠 작업은 특히 중요한데, 선명하고 대조적인 원색을 중심으로 도트 무늬, 선형 패턴, 환상적인 문양이 수천 번 붓질을 거쳐 완성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3. 알레브리헤에 담긴 문화적 의미

알레브리헤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정신적,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전통 민속 신앙에서는 영혼을 지키는 수호 동물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을 방문하는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 축제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의 꿈, 자연의 영감, 조상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작품들은 장인 가족의 전통을 담고 있다. 많은 가정이 세대를 이어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족 단위의 공방에서는 아버지는 조각을, 어머니와 자녀는 색을 입히는 식으로 분업화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4. 세계로 퍼지는 멕시코의 상상력

오늘날 알레브리헤는 멕시코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예술 작품, 인테리어 소품, 문화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Coco)』에서도 주인공 미구엘을 도와주는 알레브리헤 ‘단테’가 등장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진정한 알레브리헤는 오직 장인의 손에서 탄생하며, 각 작품마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멕시코 정부와 유네스코는 이 전통을 보호하고 장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매년 열리는 **‘알레브리헤 퍼레이드’**는 수많은 관광객과 예술 애호가들이 찾는 문화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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