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식

전통 장맛 지키는 장독대 장인, 옹기장 이야기

samyul 2025. 4.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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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숨 쉬는 그릇, 장맛의 근원

우리 음식의 깊은 맛, 특히 장맛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그것을 담는 그릇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을 발효할 때 쓰이는 장독대는 단순한 항아리가 아니다. 바로 숨 쉬는 그릇, 옹기다. 옹기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 공기는 통과시키고 물은 새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독특한 성질 덕분에 발효 음식이 상하지 않고 제대로 숙성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진다. 그래서 옹기는 그 자체로 한국 전통 발효 문화의 핵심이자,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생활 도구다.

2. 흙, 불, 바람… 자연과 함께 만드는 옹기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먼저 질 좋은 흙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불순물이 섞이면 옹기 자체의 통기성과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려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낸다. 형태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조와 가마 굽기는 더 큰 고비다. 옹기는 대개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지는데, 이때 불 조절에 따라 옹기의 숨구멍 크기와 색감이 달라진다. 오랜 경험이 없으면 단단하게 구워지지 않거나, 금이 가기도 한다. 그래서 옹기장들은 불의 움직임을 보고, 굽는 시간과 바람의 세기까지 감각적으로 조절한다. 그야말로 자연과 사람의 교감 속에서 태어나는 그릇이다.

3. 장독을 지키는 사람들 – 옹기장의 손끝

전통 옹기를 만드는 **옹기장(甕器匠)**은 국가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로도 존재할 만큼 귀하고 드문 기술을 지닌 장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드는 장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가업으로 이어받거나, 오랜 시간 도제식 교육을 거쳐야 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옹기장들은 단순히 그릇을 만든다는 생각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의 근본을 빚는다”는 자부심으로 작업에 임한다. 요즘엔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용기가 흔하지만, 전통 장맛을 아는 이들은 여전히 옹기를 찾는다. 옹기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장독은 단순한 용기를 넘어, 삶의 철학과 장인의 땀이 스며든 예술품이다.

4. 잊혀지는 장인의 세계, 다시 보는 가치

현대화와 산업화로 인해 옹기의 수요는 줄어들었고, 옹기장을 꿈꾸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기술.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한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통 옹기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슬로우푸드,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옹기장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장맛은 단순히 입맛이 아니라 세월과 정성이 빚은 시간의 맛이며, 이를 지켜주는 장독대와 옹기장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가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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